<ALLURE> 2015년 05월호 1 경주의 오래된 시간 2 오래된 성당을 찾아서 성당은 종교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근대건축의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 동그란 첨탑,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잘 가꾼 정원은 요즘의 교회나 성당에서는 도통 보기 힘드니까. 특히 충청 지역에는 10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진 성당들이 근방 곳곳에 자리해 1박2일 코스를 잡고 성당을 순례하기에 좋다. 공주 중동성당, 부여 금사리성당, 옥천성당, 음성 감곡성당, 한국관광공사가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은 아산 공세리성당, 당진 합덕성당, 예산성당, 서산 동문동성당을 찾는 데에는 하루 일정이면 충분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일정을 하루 늘리고 싶다면 익산 나바위성당, 부안성당, 그리고 전주 전동성당이 있는 전라도로 향할 것. 종교인이 아니라도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고즈넉한 성당에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을 거다. 3 서울여행자 서울여행’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많은 책이 서촌과 북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강의 소중함과 오래된 건축물과 사연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동만큼 인기인 가로수길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홍대 지역은 또 얼마나 볼 것이 많은지! 서울을 사랑하지만, 명소화된 곳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면 낯선 동네 이름을 찾아 걸을 때다. 한 번도 내려본 적 없는 지하철역에 내리거나, 스쳐 지나갔던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것으로 산책을 시작해도 좋다. 목적지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이나 여유로움을 실감하게 하는 일은 없다.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소박한 동네에 거주했던 예술가들의 흔적을 이정표 삼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완서 작가가 실제로 살았고 그녀의 소설에도 등장한 돈암동, 화가 박수근이 오랫동안 머무른 창신동처럼 말이다.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 머문다면 진짜 여행자 기분을 낼 수 있을 거다. 4 서해 바다의 소리를 들어라 찰싹찰싹, 파도가 모래사장에 몸을 부딪히는 해조음을 들으며 잠드는 것은 더없이 기분 좋은 일이다. 고가의 리조트나 펜션을 찾지 않아도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해조음을 들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충남 태안군의 천리포수목원은 수목원 내에 오래된 기와집과 초가집을 개조한 숙박시설이 자리한 곳. 수목원 가장자리의 데크로 나가면 바로 천리포 해변이 펼쳐져 있다. 개장시간에는 만날 수 없는 고요한 밤의 수목원을 감상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인적 없는 수목원 길을 산책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마침 수목원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5월이기도 하고. 조금 더 먼 곳에는 가장 최근에 개장한 휴양림인 변산반도 자연휴양림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휴양림 중 유일하게 해안에 자리한 곳이다. 조성된 지 얼마 안 돼 풍성한 숲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숙박 시설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 머무는 내내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곰소젓갈로 유명한 곰소해변, 걷기 좋은 전나무길로 유명한 부안 내소사도 가깝다. 5 충주와 제천의 어떤 날 6 도시 중에 최고, 부산 당신이 잠시라도 도시의 안락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도시형 여행자라면, 그럼에도 일탈의 기분은 만끽하고 싶다면 가야 할 곳은 한
군데밖에 없다. 바로 부산! 제2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부산은 놀고, 먹고, 즐길 것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황홀한 것은 바다와 시티라이프가 공존한다는 것! 부산 서면시장은 길거리 음식과 부산을 상징하는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는 곳.
쓰레기 오빠 정우가 영화 <바람>에서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거리도 이곳에 있다. 헌책방으로 유명한
책방골목, 자갈치시장, 족발을 맛볼 수 있는 남포동도 빼놓으면 섭하다. 동래파전과 씨앗호떡, 부산오뎅도 잊지 말 것. 해운대는 더
이상 ‘해수욕장’이라는 한마디로 일축하기 어려운 지역이 됐다. 쇼핑의 1번지인 부산 센텀시티는 해운대와 지척이고, 달맞이길,
또는 문탠로드라고 불리며 부산 최고의 갤러리와 파인다이닝이 들어선 거리도 이곳에 있다. 여름 성수기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해운대
클럽 역시 여전히 뜨겁다. 지나치게 달렸다 싶으면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를 보면서 한숨 돌릴 것.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도 소규모 영화와 특별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5월에는 영화와 관계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시네아트마켓이 열린다. 연후에 떠나는 국내 여행지 12 <2>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등 5월의 달력은 기분 좋은 붉은 숫자로 가득하다. 모처럼
선물 같은 연휴를 누리게 된 당신에게 <얼루어>는 어디론가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준비한 1박2일, 혹은
2박3일의 국내여행 리스트. <ALLURE> 2015년 04월호 7 휴양림에서 보낸 하루 산과 계곡을 따라 생겨난 전국 130개 남짓의 휴양림은 따뜻한 계절, 하룻밤을 보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장소다. 캠핑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숲 한가운데에서 잠을 청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다 보니 숙박 가격이 5만원대로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고도 800미터의 축령산은 숲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서울과 1시간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가평 8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봄의 풍광을 자랑한다. 60년 이상 된 잣나무만 수십만 그루가 있고, 데크에서 내려서면 바위 틈새에 핀 야생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경기도를 벗어나 남부권의 휴양림을 찾고 있다면 대구에서 멀지 않은 경북 성주군에 있는 독용산성자연휴양림으로 향할 것. 성주호 아라월드와 가까워 모터보트, 플라이피시 등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단, 모든 국립자연휴양림은 주말이나 연휴에는 치열한 예약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모두 문을 닫는다는 사실 역시 염두에 두고 여행 계획을 짜자. 8 운동이 좋다면 강원도로 그 누구보다 액티브한 연휴를 보내고 싶다면 정답은 강원도다. 인제군 내린천은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양양에서 흘러내려오는 힘찬 물줄기, 갖가지 기암괴석과 자갈밭, 은빛 백사장 등이 조화를 이루는 내린천은 래프팅의 천국으로 불린다. 래프팅 외에도 숲 속과 내린천 강변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산악 오토바이와 아르고 체험, 나무와 지주대 사이를 와이어에 매달려 재빠르게 이동하는 스카이짚트랙. 번지점프 등 모험가를 위한 놀거리가 잔뜩이다. 먹거리도 건강하다. 산채비빔밥과 막국수, 두부 전골로 가볍고 든든하게 몸을 챙길 것. 양양은 여전히 국내 서퍼들의 성지다. 하조대 인근부터 시작해 동산포해수욕장, 죽도해수욕장까지 수십여 군데의 서핑 카페와 스쿨이 서퍼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웃도어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최근 문을 연 파타고니아 양양 매장에도 들를 것. 국내외 각종 서핑 페스티벌 수상 경력을 갖춘 서퍼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루프탑 영화 상영회 등을 열며 서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9 강릉 커피 투어 커피를 아직도 더 마셔야 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모처럼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했다면, 그 발걸음은 커피의 도시 강릉으로 향해야 한다. 처음에는 홍대 거리만큼이나 카페가 끝없이 이어진 인목 해변을 방문하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카페가 많은 해변일 거다. 이후 명인을 찾아 떠날 것. 강릉의 커피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내 일본식 핸드드립의 1인자인 박이추 선생이다. 연곡면의 보헤미안 본점에는 목요일부터 일요일 저녁 사이에, 경포대에 있는 2호점에서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후에 그가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세계의 커피 산지를 여행하며 직접 찾은 최상급 원두를 보유한 커피 공장 테라로사 본점과 강릉의 커피 강자로 커피농장까지 운영하는 커피키퍼도 한 번쯤은 들러야 할 곳이다. 대형커피점들 사이로 개성 있는 커피전문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바리스타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 내리는 버스정류장, 강릉영상미디어 센터의 다섯 작가가 방앗간과 제면소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카페 겸 갤러리 봉봉방앗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카모메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릉에 왔으니 바닷가에서 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해발 1100미터의 마을 안반데기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특별하다. 봄에는 호밀이, 여름에는 초록빛 고랭지 배추가 넓게 펼쳐지는 산등성이 마을에는 펜션 운유촌이 있다. 요리 솜씨 좋은 부인이 내주는 토종닭백숙은 반드시 맛봐야 한다.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 것. 10 포천의 다른 얼굴 포천은 경기도 지역 중에서도 가장 거칠고 풍요로운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국내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조차 ‘본 적 없는 풍경이다’라고 혀를 내두르는 비둘기낭 폭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커다란 굴에 청록빛 폭포수가 신비롭게 흐르는 명소. 기세 좋게 흐르는 한탄강 물줄기 뒤편으로 형성된 30~40m 높이의 수직절벽 총석정, 30만 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 주상절리를 이루는 멍우리 협곡은 기세 좋게 획을 그은 그 어떤 붓줄기보다 힘차다. 문을 닫은 화강암 채석장에 공연장과 레스토랑, 전시관, 모노레일 등을 설치해 아트밸리로 꾸민 포천 아트밸리 역시 포천의 웅장한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물론 거칠고 커다란 풍경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산중에 있는 우물과 같은 호수’라는 예쁜 이름을 단 산정호수는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한 바퀴 산책하기 좋다. 포천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를 챙겨 먹고,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산사원에서의 막걸리 한 잔을 걸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형 리조트는 없지만 비교적 최근 문을 연 아도니스호텔은 실내외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4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반려견을 위한 펜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니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떠나도 좋겠다. 11 여수와 통영 먹방 투어 여행을 ‘먹방’으로 점철하고 싶다면 여수와 통영을 아우르는 코스가 정답이다. 시작은 여수가 좋겠다. 여수 엑스포를 개최하며 여수 엑스포역을 개통한 덕에, 수도권과의 거리가 3시간 반으로 가까워졌으니까. 2박3일 일정에 그조차도 길게 느껴진다면 김포공항에서 여수행 비행기에 오를 것. 비행기가 출발하고 55분이 지나면 어느덧 여수다. 여수공항 렌터카 센터에서 차를 빌렸다면 제철을 맞은 여수의 별미를 맛봐야 한다. 아삭한 서대회, 키조개와 삼겹살, 갓김치가 짝을 이루는 여수삼합, 전복요리 등 먹을 게 잔뜩이다. 밤이 깊으면 교동시장 포장마차 거리로 향할 것. 번호와 이름을 간판에 단 포장마차에서 숯불 장어구이와 관자구이, 군평선이 구이 등 최고의 술 안주를 맛볼 수 있다. 밤의 여수에서 봐야 할 것은 여수 밤바다뿐만이 아니다. 통영에서 잘 먹고 오고 싶다면 사실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두 시장만 찾아도 충분하다. 그래도 굳이 옮기자면 통영의 먹거리들은 다음과 같다. 복국, 물잡채, 시락국, 꿀빵, 우동에 자장 소스를 부어 먹는 우짜, 멍게회비빔막국수, 멸치회무침, 충무김밥…. 12 온전한 섬 여행 2박3일이라는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온전히 섬 여행에 사용해보면 어떨까? 목포 추자도와 가까이 자리한 작은 섬
횡간도는 행정선을 타고 갈 수 있는 섬이다. 행정선은 이름 그대로 행정적인 이유로 드나드는 군청 소속의 배를 가리키는 말.
일주일에 네 번 움직이는 행정선을 타고 한 번 들어가면 이틀 뒤에나 다시 뭍으로 나올 수 있다. 섬의 주민은
14명뿐. 2009년까지는 자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했을 정도로 작고, 여전히 우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숙박시설도 없으니
주민 집에 신세를 지거나, 캠핑 도구를 사용해 섬을 천천히 감상하길. 횡간도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인천으로 떠나자. 최근
쾌속선이 운행을 시작한 덕적도는 자전거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섬이다. 전기자전거를 대여하고 있으며 펜션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잘 깔아둔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섬을 질주하는 기분을 만끽하길. 자전거를 좋아하는 연인과 함께하면 더
좋겠다. 해가 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섬은, 연인에게 가장 로맨틱한 장소이기도 하니까. 포토그래퍼 : 안형준 출처 : Allure webs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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