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슬펐을 때 .poem
읽어볼만함2017. 12. 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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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심보선
내가 아주 슬펐을 때
나는 발 아래서 잿빛 자갈을 발견했었지
나는 그때 나의 이름을 어렵게 기억해냈어
나에게 말했지,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내일은 음력으로 모든게 잊혀진 과거야
젊은 시절 어떤 여행길은
목적지가 있다기 보다
서쪽으로, 그저 서쪽으로 가는 길이었지
그때 나는 노래했지
어제까지 돌 위에 서 있던 사람이
오늘은 돌 아래 누워 있네
어제까지 돌 아래 누워 있던 사람이
오늘은 그 옆의 또 다른 돌이 되었네
내가 아주 슬펐을 때
나는 최대한 낮은 어조로
서쪽의 지평선을 읽었지
서쪽은 음력으로 어제의 동쪽이고
지평선은 하나의 완벽한 입체니까
나는 그 때 나의 이름을 영영 잊어버리고
미래에 펼쳐질 운명의 면적을
달 뒷면의 운석 자국처럼
느릿느릿 넓혀가고 있었던 거야
내가 아주 슬펐을 때
나는 발 아래서 잿빛 자갈을 발견했었지
그것은 음력으로
인간의 아물지 않은 흉터이고
그때 그대의 사랑스러운 이름은
지상에서 반쯤 지워진 채
화석같은 인광으로 푸르게 빛나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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