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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400살 호텔 슈탕글비르트 이야기오스트리아 서부의 최대 휴양지 키츠뷜에는 400년 전통의 호텔 슈탕글비르트가 있다. 전통 목조 건축물 속에 알프스 지방의 건강한 로컬 푸드만을 소개하는 내 집 같은 호텔. 한편으론 5성급의 럭셔리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춰 유럽의 저명 인사들의 회담 장소로 쓰일 만큼 반전의 매력을 선보이는 곳. 이곳에서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지닌 슈탕글비르트의 후계자, 리처드 하우저 씨를 만났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슈탕글비르트는 1609년 지친 마부들이 쉬어가는 레스토랑과 여인숙으로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한 차례도 자리를 옮긴 적이 없으며, 지난 100년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호텔을 운영해오고 있다. 게다가 1년 내내 93% 이상의 객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문의www.stanglwirt.com
호텔의 정식 이름은 '슈탕글비르트 바이오 호텔'. 1980년대 하우저 회장의 아이디어로 친환경 콘셉트의 건축과 운영 방식을 도입했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아버지인 발트하자르 씨는 이곳을 지금의 5성급 호텔로 키운 장본인. 리처드 하우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생각하면 서부 개척자처럼 매일 호텔 건물을 넓히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했다. '바이오' 콘셉트로 지어진 잔디 지붕 밑에는 수영장과 테니스장 등의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2동굴 속처럼 보이는 사우나실의 휴식 공간. 바위에 앉아서 땀을 빼는 신선놀음이라니 부러울 따름! 단, 오스트리아의 사우나는 남녀 공용인 데다가 '나체'로 이용하게 되어 있어 아쉽게도 실제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3바위가 있고 나무가 자라는 이곳이 바로 슈탕글비르트 호텔의 수영장 풍경이다. 돌 하나까지도 티롤 지역의 것을 가지고 와서 만들었다고 한다.
알프스의 자연을 호텔 속으로 옮겨오다오스트리아 서부 도시 인스부르크에서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 키츠뷜. 아기자기한 목조 주택들을 지나 쇼핑가로 들어서자 돌연 명품 패션 브랜드가 즐비해 의아했는데, 휴가철마다 이 작은 도시가 유럽의 부호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쳐난다 한다.
우리의 목적지 슈탕글비르트 호텔은 키츠뷜 시내에서도 20여 분, 알프스 산속으로 더 들어가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도로에서 바라본 첫인상은 그저 큰 목조 호텔로만 보일 뿐. 400살 호텔이 품은 이야기를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마음을 눈치 챈 것일까. 소설가 이순애 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10여 년 전 쌍방울이라는 회사에서 강원도 무주에 오스트리아 전통식 호텔을 짓고 싶어 했습니다. 당시 제가 인연이 되어 소개한 곳이 바로 슈탕글비르트 호텔이었고, 이곳의 발트하자르 하우저 회장님과 함께 무주를 여러 차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알프스 전통 목재를 공급한 것은 물론이고 공사 진행자들까지 직접 출동시켜 '티롤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완성시킬 수 있었죠. 최근에는 이 슈탕글비르트 호텔의 후계자인 리처드 하우저 씨가 인스부르크 지역의 한국
명예 영사가 되면서 더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이 되었지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호텔 내부로 들어서자 소박한 목조 주택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동시에 5성급 호텔의 명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1층 로비를 지나면 통창을 통해 승마장이 내다보이는데, 투숙객이면 누구나 레슨을 신청할 수 있단다.
그리고 잔디 지붕 아래의 수영장 시설은 가히 이 호텔의 압권이라 할 만했다! 계곡의 풍경을 옮겨놓았다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멋진 자연 동굴과 계단이 이어지고, 그 속에 호수 같은 물웅덩이가 숨어 있었으니. 알프스 전통 스타일의 호텔에 유럽의 저명 기업인들이 모여서 회담을 하고 휴가를 즐긴다 하였던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처럼 아이들은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 통나무집으로 올라갈 수 있다. 호텔 곳곳에서 이러한 친환경 콘셉트의 시설들을 만날 수 있었다.
1슈탕글비르트의 화장실 중에는 옛날 남성용 소변기를 그대로 살린 재미있는 코너도 있었다.
2400년 전 마부들이 말이나 소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던 곳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현재는 하우저 가의 말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3호텔 로비에서 내려다보이는 승마장은 웬만한 럭셔리 승마 클럽 못지않은 시설과 규모를 자랑했다.
4, 5티롤 전통식으로 꾸며진 객실의 모습. 가구는 물론이고, 벽난로 같은 디테일까지도 티롤 주택의 분위기로 꾸며졌다. 마치 자신의 별장에 들른 듯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담다슈탕글비르트 호텔은 지난 400년간 가족 경영으로 관리되었고, 지금은 장남인 리처드 하우저 씨가 CFO로서 호텔 전체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지역의 오래된 호텔들이 그러한 것처럼 1609년 마부들을 위한 한낱 작은 여인숙이었던 곳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호텔이 된 데는 특별한 비법이 있었을 터.
그 이유를 하우저 씨에게 물었다. "지금처럼 호텔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저의 할머니인 안나 하우저 시대부터였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숙박시설 한쪽에서 알프스 요들송 대회를 개최하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고, 호텔 개념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지난 1980년대에는 아버지인 발트하자르 하우저 씨가 '바이오 호텔'이라고 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콘셉트를 제안했다. "당시 아버지를 생각하면 개척자 혹은 선구자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곤 합니다.
이미 미래 시대에는 건강한 로컬 먹을거리와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호텔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한편으로 환경 문제 또한 심각해질 것이므로, 우리가 먼저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았던 전통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시멘트를 하나도 쓰지 않고, 잔디 지붕을 얹기도 한 것이 그때부터 시작됐던 것이죠."
그러니 건물에 들어선 뒤 은은한 나무 향을 느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 덕분에 이곳의 투숙객들은 에너지 절감까지 고려해 지어진 호텔에서 자연을 즐기는 동시에 저절로 보호도 할 수 있고, 운이 좋은 날에는 수영장 지붕 위에서 풀을 뜯는 염소들도 구경하게 된다!
한편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을 지녔지만, 슈탕글비르트는 운영과 서비스만큼은 옛날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었다. 여전히 직접 농사를 지어 곡식을 얻고, 소를 키워 우유와 치즈를 만든단다.
요즘은 특급 호텔들도 여행사와 연계해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하는 게 보통인데, 이곳에는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여전히 1년 내내 정직한 가격을 고수하고, 가족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정말 따뜻하게 손님을 맞고 있으니 이러한 진정성이야말로 진짜 경쟁력이 아니겠는가.
1키츠뷜 컨트리 클럽은 자재나 디자인에서 알프스 전통을 따르되 국제적인 감각에 맞춰 모던한 공간들을 가미시키기도 했다. 사진은 모던하게 디자인된 메인 레스토랑의 모습.
2'쿠바의 해'를 기념하여 '쿠바 시가 바'를 만들기도 했다.
1티롤 전통식 레스토랑의 모습.
2올해 부활절에 시범 오픈한 키츠뷜 컨트리 클럽은 슈탕글비르트에서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호텔은 세계 40개국 247개 클럽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덕분에 클럽 멤버들은 파트너 클럽을 이용할 때 편의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문의www.kitzbuehel.cc
국제적 교류를 확장시키겠다는 꿈리처드 하우저 씨는 티롤 지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스위스의 호텔 학교를 나왔으며 이후 유럽 유수의 호텔들을 경험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다. 그런 그가 올해 부활절에 키츠뷜 컨트리 클럽이라고 하는 새로운 멤버십 호텔을 시범 오픈했고, 오는 8월 2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슈탕글비르트가 가족의 전통과 추억이 있는 곳이라면, 키츠뷜 컨트리 클럽은 저의 미래 비전을 담은 곳입니다. 때문에 건축 자재는 기존처럼 전통 방식을 따르지만 모던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도입하기도 했죠. 이곳을 국제적 네트워크의 교두보로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특히 키츠뷜 클럽은 매해 하나의 국가를 선정해 그곳의 문화예술을 유럽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쿠바의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을 위한 전시회를 열었고, 작가들이 몇 달간 이 호텔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그가 내년에는 한국의 해를 기획하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계획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인스부르크 지역의 한국 명예 영사 위촉을 받았습니다.
십여 년 전 티롤 호텔을 지을 때 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그 인연이 이렇게 이어져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래서 우선 내년에는 저희 멤버십 클럽에서 한국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어볼 생각입니다."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 럭셔리한 멤버십 클럽 호텔에서 열리는 '코리안 영 아티스트 특별전'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벅찬 그 일은 역시 민간 외교관(!)이라 불리는 소설가 이순애 씨와 함께 준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한국과 인스부르크의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을 확장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털어놓았다.
두 나라 간의 긍정적 시너지를 고민하는 젊은 호텔 CEO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범하게 열릴 '한국의 해 프로젝트',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호텔의 미래에도 아낌없는 응원의 마음을 보내게 되었다.
소설가 이순애는_지난 25년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살았다.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IOC 의원 수행 통역을 한 뒤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잇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했고, 지난 2005년에는 10여 년의 준비 끝에 비로소 소설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를 출간했다. 레몬트리는 이 열정의 여인과 함께 만난 오스트리아의 아티스트, 문화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차례로 소개할 계획이다.
기획_홍주희 사진_이과용(RAUM Studio)